책소개

우주이야기 : 태초의 찬란한 불꽃으로부터 생태대까지, (맹영선 역)

우주이야기 : 태초의 찬란한 불꽃으로부터 생태대까지

저자 : 토마스베리, 브라이언스윔

출판사 : 대화문화아카데미

역자 : 맹영선 2010.09.27.

 

 

<출판사 서평>

토마스 베리는 전 지구적 생태계 위기 상황을 다음과 같이 간단하게 묘사한다. “지금 지구에서는 열대우림의 파괴가 요란하게 진행되고 대기 오염 때문에 해가 점점 흐릿해지고 밤에는 별들이 그 빛을 잃고 땅에 물을 공급해서 대지의 식물을 자라게 하는 물의 작용이 교란되고, 지구상에 존재하는 다수의 동식물이 멸종되고 있다.” 베리는 이와 같은 생태계 위기 상황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를 지구의 죽음이라고 정리한다. 모든 생명의 바탕이 되는 지구의 생명이 죽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전 지구적 차원에서 지구의 구조와 기능이 이렇게까지 파괴된 일은 46억년 지구의 역사에서 그 유례를 찾을 수 없다. 베리는 우리 시대 이러한 지구의 변화가 “단순한 또 하나의 역사적 전환기 또는 문명적 전환기”가 아니라 지구의 생태학적 전환기라고 말한다. 이러한 지구의 변화는 행성 지구의 화학적 성질과 지질 구조 뿐만 아니라 인간의 존재 양식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베리는 생태계 파괴 문제뿐만 아니라 자연에 대한 경외감 상실과 자연과 친교를 나누지 못하는 인간 사회의 자폐증(autism)이라는 문제를 우리에게 고발한다. 그가 가장 심각하게 생각하는 것은 인간이 자연세계와의 내적 친교, 친밀감, 경외심 등을 잃어버리고 자연세계로부터 유리된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그는 전 지구적 생태계 위기 실태보다 그 사태를 느끼지 못하는 인간의 감수성 결핍을 더욱 심각하게 생각한다.
문화사학자로서 베리는 이와 같은 생태계 위기의 원인을 찾아내기 위해 역사해석방법론을 사용한다. 그는 우주와 지구와 인간의 역사를 통찰한 후, 자연과학과 사회과학과 인문과학을 함축하는 과학과 역사와 종교를 함께 적용하여 생태계 위기의 원인을 다양한 각도에서 분석하고 그 대안을 제시 한다. 베리는 현재의 생태계 위기는 우리에게 비전(vision)을 제공해주는 이야기를 우리가 상실했기 때문에 초래되었다고 결론짓고, 비전을 제공해주는 이야기를 상실하게 된 그 근본 원인을 구체적으로 과학과 역사와 종교의 맥락에서 찾아낸다.
첫째, 베리는 18세기 서구에서부터 시작하여 현재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과학 기술이 초래한 산업문명의 진보(progress)라는 신화가 현재의 생태계 위기의 원인을 제공했다고 본다. 산업문명은 경이로운 세계(wonder world)를 만들기 위하여 진보라는 환상을 쫓아 줄달음쳐 왔지만, 결과적으로 우리가 만난 것은 쓰레기 세계(waste world)일 뿐이다. 베리는 산업문명의 진보라는 이 신화가 알코올이나 니코틴 또는 마약 중독처럼 작용하고 있다고 본다. 중독자들은 중독이 자신을 파괴하고 있음을 분명히 알면서도 심리적 고착 상태 때문에, 적어도 일시적 생존은 가능하리라는 희망으로 그 어떤 변화도 일으키지 못한다. 중독증을 치료하려면 상당한 고통이 수반된다.
둘째, 베리는 인간중심적인 인간의 역사가 생태계 위기를 초래했다고 지적한다. 인간중심주의는 생태계를 구성하는 하나의 생물 종(種)으로서 인간을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나타나며, 자연세계가 인간의 유용성을 위하여 존재할 뿐 자연 자체의 권리는 없다고 보는 견해이다. 또한 베리는 서구 문명의 전 과정이 가부장제 즉 공격적이고 약탈적인 남성지배적 체제에 의해 악화되었으며, 서구 역사를 지배해 온 네 가지 대표적 가부장적 제도로서 고전적 제국들, 교회 제도, 민족 국가와 현대의 기업들을 지적한다. 베리는 인간과 인간 이외의 자연적 존재들이나 남성과 여성의 질적 차이를 부정하지는 않지만, 인간중심주의와 가부장제라는 계급구조가 야기한 문제점들에 주목하고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셋째, 그 무엇보다도 생태계 위기의 종교적, 정신적 차원을 가장 중요한 것으로 보는 베리는, 지구에 대한 경외심 상실이 생태계 위기를 초래한 가장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그는 인류가 인간 이외의 존재들과 지구에 대한 예의, 감사하는 마음, 성스러움을 인정하는 마음, 즉 경외심을 상실했기 때문에 현재의 생태계 위기에 봉착했다고 말한다. 생태계 위기 문제는 본질적으로 우리의 종교적 심성, 즉 영성(spirituality)과 깊이 연관되어 있다. 고전문명시대에는 그래도 독특한 신적 감각, 즉 종교적 심성이 유전적으로 그리고 문화적으로 부호화(coding)되어 왔지만, 과학기술 문명 시대에 접어들면서 그 자리를 과학적, 상업적 감각이 차지하게 되었다고 베리는 말한다. 그 결과 자연을 대하는 인간의 태도가 변화되었다는 것이다. 과학기술 시대의 인간은 이제 자연 세계에서 성스러움의 현존을 깊이 인식하고 경탄과 경외심을 보내기보다는, 자연을 경제적 자원 내지는 일을 끝낸 후의 휴식 또는 휴양의 장소로서 간주하게 되었다. 만일 우리가 자연세계의 성스러움을 조금이라도 감지했다면, 아마도 지구를 파괴하는 우리 행위에 전율을 느꼈을 것이며 그 짓을 중단했을 것이다. 그러나 인간은 자연세계를 끊임없이 파괴하여 생태계를 위기 상황으로 몰아넣었고, 일말의 죄책감도 없이 파괴행위를 계속 자행하고 있다. 베리는 자연세계가 인간에게 필요한 이유는 물리적 필요뿐만 아니라 영적 필요 때문이라고 단언한다.
토마스 베리는 특히 서구 그리스도교가 자연에 대한 성스러움을 소멸시키고, 자연을 단지 인간의 이익을 위한 지배대상으로 여기는 근대 사상과 맞물려 현대의 생태계 위기를 초래하는데 한 몫을 했다고 언급한다. 그리스도인으로서 그리고 가톨릭 신부로서 베리는 자아 성찰을 위하여 생태계 위기를 초래한 그리스도교적 요소에 무엇보다도 큰 관심이 있다. 그는 그리스도교가 생태계 위기를 초래한 원인을 다음과 같이 분석한다. 즉 첫째 하느님 이해이다. 그리스도교는 신(神)을 지나치게 초월적인 존재로 인식함으로써 자연 안에 내재적으로 현존하는 신에 대한 감수성을 저하시켰으며, 그 결과 자연세계는 신비성을 잃고 단순히 기계적 대상으로 간주되었다는 것이다. 둘째 구원(救援)중심의 전통이다. 구원중심의 전통이 창조중심의 전통보다 강화되어 인간의 구원에 지나칠 정도로 관심을 기울인 결과, 자연세계에 대하여 소홀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셋째, 계시 이해이다. 본래 자연 세계는 하느님의 현존을 드러내는 계시의 원천이었지만, 그리스도교의 계시 체험이 지나치게 성서에 편중되면서 자연에 나타난 하느님 현존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소실되었다. 그 결과 인간은 자연의 정복자로 자리하게 되었고, 자연세계에서의 하느님 체험을 위축시켰다. 넷째 인간 이해이다. 성서- 그리스도교 전통은 인간(특히 히브리인과 그리스도인)만이 선택되었다는 지나친 선민의식을 과장하였다. 인간만이 선택되었다는 인간중심주의의 결과, 인간과 지구공동체와의 연대의식이 약화되었다고 베리는 지적한다. 이 모든 것이 생태계 위기를 초래한 그리스도교적 요소가 되었다.
토마스 베리는 생태계 위기를 초래한 이러한 그리스도교적 요소들을 ‘초월성(transcendency)’이라는 한 단어로 정리한다. 베리는 그 초월성이 천년왕국에 대한 비전(millennial vision)에서 비롯되었다고 말한다. “우리는 네 가지 초월성을 신봉하게 되었다. 초월적 신, 초월적 인간, 초월적 구원, 초월적 마음이 그것들이다. 또한 우리는 초월적 기술을 갖고 있다. 이것으로 우리는 자연 세계의 기본적인 생물학적 법칙을 피할 수 있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우리는 초월적 운명 또는 초월적 목표를 믿고 있다. 이것은 천년왕국에 대한 비전으로서 우리가 역사 안에서 인간의 조건을 뛰어 넘을 수 있다는 믿음이다. 즉 천년왕국의 비전이 역사 안에서 성취된다는 믿음이다……이와 같은 천년왕국의 비전이 서구 문명의 중요한 추진력이 되었다.” 베리는 이와 같은 초월성이 지구공동체로부터 인간을 분리시켰을 뿐만 아니라 인간 사회의 문화적 병리학과 자폐증을 초래하고 진보라는 신화로 나타났다고 본다.
토마스 베리가 지적하는 사항들을 잘 고찰해보면, 그리스도교가 오늘날 생태계 위기를 초래하는데 직접적인 원인을 제공하지는 않았다 하더라도 자연에 대한 인간의 경외심을 제거하는 구실을 했다는 것을 부정하기 어렵다. 베리는 그리스도교 신학은 어쩔 수 없이 생태계 위기 상황에 응답해야 하며, 비록 능동적으로 그 상황에 대처하지는 못한다 하더라도 그 상황에 적합한 새로운 신학적 반성과 재해석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는 우리 시대의 심각한 환경문제들은 대부분 광범위하게 뒤틀려있는 인간-지구 관계에 대한 신학적 반성의 결여에 있다고 본다. 베리는 생태계 위기 해결을 위하여 약 3천5백 년 전에 시작된 성서의 계시와 약 2천년 전에 생겨난 그리스도교가 맡아야 할 역할은 매우 크며, 그리스도교는 그 역할을 담당하기 위하여 재구성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스도교가 생태계 위기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서 특히 중요한 것은, 신-인간-자연 관계에 대한 신학적 반성과 자연 세계에 나타나는 계시 체험, 즉 우주의 신성함을 되찾는 것이라고 베리는 강조한다. 또한 그는 전통적인 그리스도교 신학자료 만으로는 생태계 위기라는 문제들을 해결할 수 없지만, 그 전통들을 무시하고서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본다.
토마스 베리가 제시하는 대안은 생태대(Ecozoic era)로의 비약이다. “지구 생태계는 약 6천5백만 년 전 시작된 신생대가 끝나가고 있으며, 새로운 시대인 생태대로 진입해야 한다.” 그는 지구 공동체의 생존가능한 상황을 확립하기 위해서 생태대, 즉 인간이 지구와 상호증진적(mutually-enhancing)인 방식으로 지구에 존재하게 될 시대로의 이동이 요구되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전 지구적 생명공동체의 완성만이 그 모든 것을 나타나게 한 신비스러운 힘에 대한 존경의 표시라고 말한다. 베리는 생태대로 도약하기 위하여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생태대에 대한 비전이며, 그 비전은 생태대에 대한 신화 또는 이야기라고 본다. 따라서 그는 지구를 재생시킬 수 있는 생태대 신화로서 과학과 종교와 역사를 통합한 새로운 『우주이야기(The Universe Sotry)』를 우리에게 제안한다. 베리는 인간이 어떤 위기에 봉착했을 때 그 위기를 헤쳐 나갈 수 있는 정신적 에너지를 두 가지 다른 방법을 통해 얻게 된다고 말한다. 그 하나는 공포이고, 다른 하나는 매혹이다. 즉 현재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생태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생태계 파괴의 공포를 체험하게 해서 그것을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노력을 시도하게 하거나 또는 새로운 시대, 즉 생태대에 대한 매혹을 통하여 미래로 나갈 수 있는 견인차 역할을 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지구에 대한 매혹을 다시 불러일으킬 수 있다면, 지구를 파괴하려는 인간 행위로부터 지구를 구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우리에게 ‘우주이야기’를 제안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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