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하는 삶

“하라고 할 때 해라!” 2. (총 3부 글) 조화수 바오로

2005년 1학년 1학기 방학기간 중 있었던 전남 영광군 소재 공소체험 중 도포공소라는 곳에서의 체험은 지금도 소름이 끼칠 정도의 벅찬 감동을 느낀 바 있다. 영광성당 산하 7개 공소 중 하나인 도포공소는 다른 일반 공소와는 달리 소록도 나환자촌에서 완치 판정을 받고 육지로 나온 분들이 이룩한 특별한 공소였다. 동료 예비선교사 2명과 함께 찾아 간 그날은 그해 초복 날이라 공소 신자들이 함께 점심식사를 나누고자 모여 있던 중이었다. 도착하자 마중 나온 공소회장께서 환영한다며 악수를 청하는데, 이를 어쩌나? 얼굴도 흉하게 일그러져 있는 그 분의 손을 잡고 보니 손가락이 거의 없는 상태! 순간 등골이 오싹해지며 어떻게 해야 좋을지 망설여졌다. 같이 식사 장소로 옮겼다. 주메뉴는 삼계탕, 축하 및 환영 술잔을 권해 왔다. 주님,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 겁니까? 하고 저절로 기도가 나왔다. 그런데 나도 모르게 그 잔을 받고, 같은 잔을 되돌려 권하고, 또 다른 분들과도 그와 같이 몇 순배 술이 돌다 보니, 이 또한 얼마나 오묘한지?! 그분들과 좋으신 하느님 안에서 하나가 되는 일치의 감격을 누릴 수 있었으니 말이다! 이어진 나눔 시간에 그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굳건한 믿음으로 한결같이 환한 표정으로 행복하게 신앙생활을 누리고 있음은 가히 전율이 느껴질 정도였으며, 이는 그 어느 것보다 더 강력한 신앙생활 체험으로 아직까지도 나에게 크나큰 동기 부여를 하고 있다!!

 

교리신학원 졸업과 동시에 2010년 3월까지 약 3년 동안 교리신학원 총동문회 제2기 총동문회장으로 봉사하게 되었는데, 이 역시 아내의 하라고 할 때 해라!”가 요술방망이 역할을 하였음은 물론이다.

 

교리신학원 졸업에 이어 2007년 2월 서강대학교 신학대학원 신학과에 입학한 늦깎이(?) 신학도는 2010년 2월 신학 석사학위를 취득할 때까지 결코 녹녹치 않은 시간들을 끈기를 가지고 치열하게 보냈다. 졸업식 당일 신학대학원장 신부께서 총동문회장을 맡아 줄 것을 권유하셨다. 이때도 아내의 라고 할 때 해라!” 는 여지없이 힘을 발휘하였고, 곧바로 회장직을 맡아 2022년 2월까지 10년 동안이나 장기집권(?)한 후 비로소 홍태희 스테파노 신임회장님께 바톤을 넘겼다. 여기에는 이 인주 베드로 신부님의 권유가 있었음도 물론이다. 무엇보다도 ‘한국교회의 토착화와 발전 방향 모색’이라는 제목으로 석사논문을 쓰고 신학석사학위를 받은 것은 참으로 하느님의 은총이 아니겠는가?!

 

신학대학원 생활 중 2009년 8월 전남 순천시 소재 예수회수련원에서 있은 9박 10일 간의 이냐시오 성인의 ‘영신수련’ 체험 또한 잊을 수 없다! 처음 이삼일까지는 적응하기가 너무 어렵고 힘들기만 했다. 직장 생활 등 조직 생활에 익숙하기만 했던 나로서는 무엇보다 ‘절대 침묵’하면서 아무런 제약 없이 스스로 시간을 활용하여 자신의 내면을 성찰하는 것이 도저히 잘 적응이 되지 않았다. 창피하지만, 성체조배실에 들어가서 다른 분들은 아마도 한두 시간 혹은 그 이상도 잘도 견뎌 내는 것 같은데, 나는 10분 정도의 짧은 시간도 버티지 못하고 들락날락 하면서 나 자신이 참으로 한심하다는 생각도 들었고, 바로 퇴원할까도 생각하곤 했다. 그래도 다른 분들이 모두 잘 적응하면서 점점 빛이 나는 것을 보고 느끼면서 나 자신을 다독거리며 안간힘을 쏟아 부어 나가기로 마음을 다잡은 것은 실로 다행한 일이었다. 시간이 흘러 마지막쯤에는 나 역시 성체조배 실에서 한두 시간은 거뜬히 보낼 수 있게 되다니?! 심지어 전혀 생각지도 못하고 느껴보지도 못했던 나의 어린 시절을 비롯한 그동안의 생활에서 잘못되고 삐뚤어졌던 여러 기억들이 솟구쳐 올라오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범벅이 되고, 하느님과의 교류가 이루어지는 감격적인 순간을 맛볼 수 있다니?! 그렇게나 홀가분하며 새로 태어난 것 같은 기분 상태를 체험할 수 있었으니, 그때 그 순간은 현재까지도 여전히 뜨겁게 나를 이끌어 가고 있다!!

 

(“하라고 할 때 해라!” 마지막 3부 글이 이어집니다.)

 

 

“하라고 할 때 해라!” 1. (총 3부 글) 조화수 바오로

“하라고 할 때 해라!” 3. (총 3부의 마지막 글) 조화수 바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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